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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마음에 풀물 들이고 가는 아들에게 **
낯설기만 했던 공주라는 곳이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밀밭처럼 익숙해져만 간다.
입시설명회, 연한 배 같은 최 용희 선생님과의 면접, 그리고 기다림.
설레임과 기대를 안고 출발한 입학식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백일이란다.
무엇보다도 오늘 이 신명나는 잔치를 마음껏 축하한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곳.
교직을 천직으로 삼으시고 한결같이 곧고 바르게만 걸어가시는 여러 선생님들.
차령골 기슭에서 자연의 아들로 거듭나고 있는 너희들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 엄마들의 아들들로 태어나 주었음에 감사해 한다.
분명 우린 축복받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동훈아! / - 힘들지
항상 남의 앞에서만 서 있던 너였기에 첫 시험에서 보기 좋게 미끄럼을 탄 성적표를 받아들고 며칠동안 풀기 없는 모습이더니만, 끝내 눈물을 글썽거리는가 싶더니 대성통곡으로 변해 버렸던 너의 처절한 첫 참패의 그날 밤 기억나니? 생각만 해도 눈물 나려고 하네.
입으로는 '괜찮다 넌 할수 있다' 라고 다독거리면서도 엄마 역시 처음 본 숫자의 나열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고 씁쓰레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떠나보내고 한 동안은 아침에 잘 일어나는지, 달라진 식단은 입에 맞는지, 공부라며 다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이들 속에서 선행 학습을 못한 내 아들이 주눅 들어 있지는 않는지, 몸집만 크지 아직은 상처 받기 쉬운 열일곱 여린 나이인데, 혹시나 엄마가 보는 세상의 잣대에 너를 맞추려고 했던 이기심은 없었는지 조용히 반문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의 속앓이를 눈치챘음인지 사고의 유연성을 보이면서 나날이 달려져 가던 아들, 상기된 목소리로 전하던 여러 가지 소식들에 엄마도 덩달아 맞장구를 치면서
백일동안 우린 그렇게 수다스러운 모자 사이로 변해갔다.
안과 밖으로 훌쩍훌쩍 커 가는 너의 모습은 박 선생님의 한일 사진방에 찍힌 얼굴 표정에서도 늘 맑은 웃음이 배경처럼 깔려 있어 편안해 보였고, 엄마를 참 많이도 기쁘게 해 주더구나.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져 있는 사진을 보면서 우리 아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고 멋있게 보이니 정말 못 말리는 고슴도치 사랑인가 보다.
내 사랑하는 아들!
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기 위해서는 많은 비바람의 아픔과 시련. 어둠의 시간을 견뎌야 하듯 우리네 삶 또한 그러한 것 같다. 수학 점수가 조금 낮게 나오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말고 견디어 내는 참을성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겠지. 지름길로 접어든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자신에게 화내기보다는 조금 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자. 항상 훈이가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느냐 느림의 미학을 . . .
여름이며 새 옷을 갈아 입는 나무들처럼 활기차게 꿋꿋하게 노력한다면 지금의 이 힘듦도 너의 긴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밑거름이 되어 기름진 텃밭을 가꾸는 한 톨의 씨앗이 되리라고 엄마는 믿는다.
그리고 아들이 잘 안되는 부분인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슬기롭게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늘 준비성 있고 계획성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한다면
바쁜 중에서도 은은한 기쁨이 샘솟는 매일이 될 것이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제때 제때 행하는 습관이 몸에 밴다면 내가 의무적으로 해 왔던 일 들이 하고 싶은 것으로 변화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바쁘더라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꾸준히 키워 나가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구절이 너의 삶의 태도를 예전과 갈리 보이게끔 만드는 그 새로운 순간들이 많기를 기대해 본다.
마흔 고개를 넘긴 엄마 역시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지만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좋은 사람으로 좋은 만남을 이루며 살고 싶다.
많이 사랑 할수록 더 맑게 흐르는 인연의 바다를 향해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며
쉬임 없이 흘러가는
작지만 아름다운 시냇물 같은 사람
아들!
우린 그런 사람들이 되자.
가을 들녘의 볏단처럼 풍요로움을 뒤로 감춘채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한 마음도 지니자.
신은 모든 곳에 계실 수가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한다.
오늘 이 백일제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모든 어머님의 가슴속에는 자식들이 어떤 모양의 그릇들이 되든 상관 없이 눈물 나도록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들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엄마의 마음에 풀물 들이고 가는 금쪽 같은 내 새끼들이다.
여름 날씨라도 이불 잘 덮고
감기 조심하여라..
2005.6.12
백일제를 축하하면서
동훈이에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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