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후
다시 업무를 보려고 교무실로 돌아왔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서 밖으로 나갔다. 텅 빈 운동장엔 조금 전까지 축구를 하던 아이들의 흔적만이 뒹굴고 저쪽 구석에서 땅거미가 서서히 밀려오고 있었다.
문득! 아이들이 보고 싶다.
이제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무던히도 내 속을 썩여서 빨리 졸업하라고 외치던 내가 아닌가?
참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구나. 지난주 서울에 갔을 때 예고도 없이 학원을 방문한 날 보고 반가워하다 끝내 고개를 떨구던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식들 학교 있을 때 공부 좀하지.” 하긴 그게 어찌 아이들 탓만 이겠나. 잘못 가르친 내 탓이 더 크지.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학교 앞 개울가로 나갔다.
물오른 가지, 졸졸 흐르는 시냇물, 파릇파릇한 풀들이 올라오고 우리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구름이 밀려가고 있었다.
그랬다.
어느새 봄이 저만치 와있었다. 하지만 왜 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일까, 두툼한 겨울외투에 내복까지, 이젠 헤어지고 만나는 일에 익숙해질 나이도 되었건만 . . .
개울가에 모두 버리고 뒤돌아섰다.
아직은 뒤돌아 볼 나이가 아니잖은가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겠지 그때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미 교정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교실로 가니 풋풋한 살구 냄새나는 아이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교무실로 내려오면서 두 손을 꼭 쥐고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그래!
분명 난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